이명, 유형을 나누어 치료합니다 [덕은동이명한의원]
👨⚕️안녕하세요, 덕은본디로한의원 성은학 원장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이명을 귀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명은 청각기관의 변화뿐 아니라 소리를 처리하는 뇌의 신경회로, 스트레스와 감정, 수면과 과각성 상태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지속되거나 더욱 괴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이명 환자분을 진료할 때 단순히
“삐 소리가 납니다.”
라는 한 가지 증상만 보지는 않습니다.
언제 심해지는지, 수면은 어떠한지, 스트레스와의 관계는 있는지, 귀가 먹먹하거나 어지럽지는 않은지, 소화와 피로 상태는 어떠한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명, 한 가지 원인으로만 나누지는 않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이명이라도 함께 나타나는 증상과 환자의 전반적인 몸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변증으로 접근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한 가지 유형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기보다 두세 가지 특징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래 유형은 스스로 처방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이라기보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틀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기기울체·기울화화(氣機鬱滯·氣鬱化火) 유형입니다.
스트레스가 많고 긴장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분에게서 자주 살펴보는 유형입니다.
평소 예민하거나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명이 함께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슴이나 옆구리가 답답하거나 한숨을 자주 쉬고, 얼굴이나 머리로 열이 오르는 느낌, 잠들기 어려움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한의학적으로 막힌 기의 흐름을 풀어주고 과도하게 위로 치솟는 양상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호소간산(柴胡疏肝散), 단치소요산(丹梔逍遙散) 등의 처방 원리를 참고할 수 있지만, 실제 처방은 동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둘째, 담음(痰飮)이 함께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귀가 먹먹하거나 머리가 무겁고, 어지럼이나 메스꺼움이 함께 나타나는 분들에게서는 담음의 양상을 살펴보게 됩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음은 단순히 몸 안에 어떤 물질이 실제로 고여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수분대사와 소화기능의 이상과 함께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묶어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를 현대의학의 ‘내림프 정체’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몸이 무겁거나 어지럼을 함께 호소한다면 담음을 조절하는 온담탕(溫膽湯),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 등의 처방 원리를 참고하여 환자 상태에 맞게 가감합니다.
셋째, 신정부족(腎精不足)의 양상을 살펴보는 경우입니다.
이명이 오랜 기간 서서히 지속되거나 나이가 들면서 청력의 변화와 함께 나타난 경우에는 허약의 측면도 함께 살펴봅니다.
특히 피곤하면 이명이 심해지고, 허리나 무릎이 쉽게 시큰하거나 전반적인 체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한의학적으로 신정부족의 범주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좌귀음(左歸飮) 등 보하는 처방의 원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령과 함께 나타난 이명이나 청력저하 역시 먼저 이비인후과적 청력평가가 중요하며, 한약이 손상된 청력을 회복시킨다고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심비양허(心脾兩虛) 유형입니다.
오랫동안 신경을 많이 쓰거나 과로한 이후 기력이 떨어지고 잠이 얕아지면서 이명이 더욱 신경 쓰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쉽게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좋지 않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심비양허의 측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귀비탕(歸脾湯) 등의 처방 원리를 바탕으로 수면과 피로, 소화 상태를 함께 조절하는 방향을 고려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소리가 나는가’만이 아닙니다

“고음이면 어떤 처방인가요?”
“웅 하는 소리가 나면 담음인가요?”
라고 물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의 음높이나 소리의 종류 하나만으로 한의학적 유형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언제 심해지는지, 수면과 피로는 어떠한지, 스트레스에 따라 변화하는지, 청력저하나 어지럼은 동반되는지, 소화 상태와 전신 컨디션은 어떠한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여러 유형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맥진과 복진, 문진 등을 통해 전체적인 패턴을 확인하게 됩니다.
덕은본디로한의원에서는 이렇게 살펴봅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는 먼저 이명의 발생 시점과 양상을 확인합니다.
갑작스러운 청력저하나 지속적인 편측 이명, 박동성 이명처럼 이비인후과적 검사가 우선되는 소견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비인후과 검사를 먼저 권해드립니다.
그 다음 수면, 스트레스, 피로, 소화, 목·어깨 긴장 등 이명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봅니다.
1. 자율신경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명과 함께 불면이나 가슴 두근거림, 긴장, 피로,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HRV 자율신경검사를 참고합니다.
HRV 검사가 이명의 원인을 직접 진단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다만 환자의 전반적인 자율신경 조절 상태와 스트레스 반응을 파악하는 보조적인 자료로 활용하고, 문진과 진맥·복진 결과를 함께 살펴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2. 침 치료를 병행합니다
침 치료는 환자의 변증과 동반 증상을 고려하여 귀 주변뿐 아니라 목과 어깨의 긴장, 수면과 스트레스 상태 등을 함께 살피며 시행합니다.
이명에 대한 침 치료는 여러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이 보고되어 있지만 연구마다 방법과 결과의 차이가 있고, 현재까지 근거의 확실성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따라서 “침을 맞으면 이명이 없어진다”고 설명하기보다는 이명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이고 동반된 긴장과 수면 상태 등을 함께 관리하기 위한 치료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3. 필요한 경우 약침 치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합니다
귀와 턱, 목 주변의 긴장이나 다른 전신 증상을 함께 고려하여 약침 치료를 선택적으로 병행하기도 합니다.
다만 특정 약침이 이명 자체를 직접 치료하거나 신경을 회복시킨다고 단정할 만한 임상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침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보조적인 치료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4. 한약은 ‘이명 하나’가 아니라 환자의 패턴에 맞추어 처방합니다
한약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명이 나타난 환자의 전체적인 패턴입니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두드러지는지, 담음의 양상이 있는지, 오랜 피로와 허약이 있는지, 수면과 소화 상태가 함께 무너져 있는지를 살펴 처방 방향을 정합니다.
같은 이명을 호소하더라도 환자마다 처방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린 시호소간산, 온담탕, 육미지황원, 귀비탕 등의 처방은 어디까지나 대표적인 변증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이며, 특정 처방이 특정 종류의 이명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5. 목과 턱의 긴장도 함께 확인합니다
고개를 움직이거나 이를 악물었을 때 이명의 크기나 음색이 달라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경추 주변 근육이나 턱관절을 포함한 체성감각계가 이명에 영향을 주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과 어깨의 긴장이 뚜렷하다면 침 치료나 추나치료를 병행하여 해당 부위의 긴장을 관리합니다.

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관리해보세요

너무 조용한 환경을 만들지 마세요
주변이 완전히 조용해지면 상대적으로 이명이 더욱 도드라져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밤에 이명이 너무 신경 쓰인다면 선풍기 소리나 자연음 등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작은 환경음을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수면을 먼저 챙겨주세요
이명과 불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쉽습니다.
이명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잔 다음 날 다시 이명이 더욱 괴롭게 느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페인이나 음주는 ‘내 반응’을 확인해보세요
모든 이명 환자가 커피나 술을 무조건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카페인이나 음주 후 이명이 뚜렷하게 악화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양을 줄여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큰 소음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적절한 청력보호가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이명은 단순히 귀에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소리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입니다.
청각계의 변화 위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과도한 긴장과 이명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점점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명을 치료할 때 ‘소리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만큼 ‘왜 이 소리가 지금 이 사람에게 이렇게 크게 느껴지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살펴봅니다.
한의학적인 변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울인지, 담음인지, 허약인지 이름을 붙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에게 함께 나타나고 있는 수면·스트레스·피로·소화와 신체 긴장을 파악하여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귀에서 들리는 소리만 쫓기보다, 그 소리가 커지게 만드는 몸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
제가 이명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참고 자료
Han BI, Lee HW, Kim TY, Lim JS, Shin KS. Tinnitus: characteristics, causes, mechanisms, and treatments.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2009.
Roberts LE. Neural plasticity and its initiating conditions in tinnitus. Hearing Research. 2018.
Ji L, et al. Network meta-analysis of acupuncture for tinnitus. 2023.
Yu S, et al. Advances in acupuncture treatment for tinnitus. 2024.
NICE. Tinnitus: assessment and management (NG15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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